답장의 타이밍

2007/01/13 18:44

전화든 이메일이든 모든 회신 활동에는 타이이밍이 중요하다.

  선물을 보낼 때도 그렇다. 누군가에게 뭔가를 보낸다는 행위는 회신에 대한 기대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적절한 타이밍의 적절한 회신은 이 기대를 충족시키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수신자에게 찜찜함 - 게슈탈트 심리학에는 미해결 과제에 대한 미련이 자주 떠오르는 현상을 차이기닉 효과라 한다 - 이 남는다. 때로는 이런 찜찜함이 이자처럼 불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신은 짤막하고 간략하고 단순한 메시지로 충분하다. 회신자가 기대하는 것은 그저 적절한 시점의 짧은 전화 한통, 문자 하나, 한줄의 답글이다. 어떤 메시지를 받았을 때 그것을 보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회신 여부, 그리고 회신의 형식을 판단하는 것, 이 짧은 순간의 손쉬운 선택이 세상살이의 지혜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우리는 이 혜택도 누리고 있지 않지만, 난 군대에 와서 편지를 자주 쓰게된 편이다.

하지만 최근에 보낸 편지가 여러개 있는데, 답장을 받은건 겨우 1건이다. 적절한 비유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공짜로 얻은 책은 책상이 아닌 책꽃이 하단에 놓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니, 그래서 그런 말을 하나 보다. 책은 필요할 때 사서 보는 것이 가장 유익하다.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했을 때는 그것과 더불어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까지 첨부되는 것인데 어느 무심한 수신자는 책도 첨부파일도 열어보지 않거나 책만 열어보는 것이다.

무정한 삶의 무심한 반응은 종종 냉소적인 사람의 비아냥보다 잔인하다. 메시지 전송도구가 다양해지고 편리해 지면서 발신방법(Tool)과 발신량은 늘었지만 회신의 기술(Art)과 회신량은 오히려 투박해지고 감소하는 것 같다. - 앞으로 우리가 감당해야할 현실이지 않는가? - 발신 방법을 잘 안다고 해서 회신의 기술을 잘 안다고 할순 없지만, 회신의 타이밍을 아는 사람은 메시지를 전하는 기술도 이미 터득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편리하기 그지없는 이메일의 수신 확인 기능이란, 반면 얼마나 비정한가? 온-오프라인의 보낸 편지함을 볼 때마다 완결되지 않는 나의 이야기들이 시간과 함께 차곡차곡 밀려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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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뇌소녀
category : 생각
TAG : 소통, 편지

일방적 소통의 서글픔 - 군대에서 전화를 건다는 것은..

2006/12/30 17:35

군대에서 전화를 거는 일에 대하여

  흔히 '일방적'이라 불리는 것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체적으로 행위를 가하는 쪽의 폭력으로 귀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방적 공격, 일방적 결정 등등. 그런데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는 것이, 거기에다 '소통'이란 단어를 대입시키면 얘기가 또 달라진다. 소통의 기회, 즉 소통을 시작할 수 있는 권한이 한 쪽에만 주어져 있을 때, 그래서 소통이 쌍방향으로 자유롭게 이루어지지 않고 한 쪽의 일방적인 시도에 의해서만 비로소 그것이 시작될 수 있을 때는 '일방적'이라는 가치가 오히려 가하는 쪽에게 폭력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 나는 지금부터 '군대라는 곳에서 공중전화를 이용해 밖으로 소통을 하는 행위가 때로는 그들 자신에게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 More/Less 기능을 이용한 수정 06.12.30 17:30

Part I. 이제는 전화를 받을 수 없다.

Part II. 내게는 너무 버거웠던 일방소통의 무게

Part III. 비극적인 아픔이 이제는 사라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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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뇌소녀
category : 생각
TAG : 군인, 소통, 전화

TV와 소통하는 어떤 방식

2006/08/27 07:32

군인 - 특히 비 자발적으로 군인이 된 사람들 - 은 자신이 군인이 아니던 시절에 알던 사람들과 끊임없이 군대 이야기를 하고, 대부분의 바깥세상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지겨워한다. 이들이 군대 이야기를 하는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말 그러지 않을 것 같은 사람도 군대 이야기만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정말 그거 아니면 할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는 결국 서로의 삶에 대한 것인데 삶이 그러하니 뭐 어쩌겠는가..

나 역시 별다른 화제거리가 없는 삶을 살고 있어서 조용히 지내고 있다. 공개적으로 할만한 이야기라 해봐야 책을 본 이야기나, TV, 영화 등을 본 이야기 정도이다.
(그렇다고 책, TV, 영화만을 보고 산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쨋든, 책이나 영화 이야기는 내가 소화하지 못할 것이 많아 부담스럽고, TV는 너무 많이 봐서 할 이야기를 잊곤 한다.

원래는 TV를 잘 안 봤지만 군대에서는 시간을 보내는데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곤 한다. 별로 의미있는 일은 아니지만, TV가 내는 시끄러운 소리만큼 여러가지 것을 보여주는 것이 신기해서 애써 그만두지도 않고 있다.

가끔 누군가와 함께 TV를 보다보면 그 사람이 TV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많이 놀랄때가 있다. 사실 놀랍다기 보다는 싫다. 언젠가 폐결핵 후유증 때문에 산소통에 의지해야 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돈이 없어서 공업용 산소 호스를 낀 누군가의 인터뷰가 나오고 있을 때 그걸 보던 한 고참이 "저게 다 인과응보야. 분명 다 초딩때부터 담배피고 술마셨을꺼야.. (중략.)"

불행히도 그 인간이 "그렇지 않냐?"라고 물었을 때, 난 그에게 비웃음을 보내는 것 외에는 달리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게 비웃음인지도 몰랐겠지만..

한계극복의 장애인들을 "병X 깝친다."라고 표현하기도 하며, 자신의 외모는 생각지도 않고, "생긴게 그래서 어쩌고 해서 넌 안돼"라는 외모지상주의적 발언을 서슴치 않는다.

그런 말을 들을땐 '오늘이 김정일 생일인데 밥이 넘어가냐?'와 같은 수준의 혐오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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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뇌소녀
category : 본것
TAG : TV, 소통

인터넷 세계와 소통하기

2006/08/26 12:54

인터넷의 등장으로 사람들의 표현 욕구는 충족의 단계를 지나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의 교류의 기회가 증가한다고 하는 것이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짐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인터넷은 소통이 이루어지기에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인터넷에서, 교류의 방식은 대개 텍스트와 그림, 동영상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적어도 소통방식을 선택함에 있어서 자신의 생각을 대게 문자 언어로 표현한다. 그러나 텍스트의 경우, 한 사회 내에서의 언어는 공용이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방식에 있어서 사람들 간에 나타나는 차이는 좁혀지기 어렵다. 따라서 수많은 오해와 오독이 존재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망치라는 도구가 있고 도구의 기능이 보편적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있지만, 그 도구를 사용하는 방식은 정작 사용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문자는 본래의 기능을 해체당했다.

각종 통신어와 이모티콘이 편의의 이름으로 본래의 모습을 잃고 사용자의 쓰임대로 자유자재로 기능한다. 특정 기호나 어투에 공감대가 형성된 집단에서는 그것이 즐거움이 되지만, 새로이 그 집단에 접근하는 GUEST들에게는 그 자유로운 기호들은 베타성의 신호로 다가온다.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설정된 한 줄 답변은 답을 준비하는 사람의 의도를 모두 담기에는 협소해서 의미는 반 강제적으로 압축된다. 게다가 원문과 답글로 오가는 대화는 누구나 자신의 언어가 어떤 쓰임으로 쓰이는지 부연하거나 조목조목 설명하지 안으면 이해하기 어렵고, 실시간으로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상황이 아닌경우 원문과 답글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의 차이는 의견이나 논리의 일관성을 해친다.

표현의 일방성도 문제다. 표현 방식이 늘어나고 다양해짐에 따라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일상과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폭발적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그 뿐이다. 내뱉어냄이 사그라들면 그걸로 끝이다. 의견의 발전이나 종합, 토론의 연장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언제든 표현할 수 있으니, 제한이 없는 표현의 과잉은 타인의 또 다른 표현을 수용하는 과정을 과감하게 괄호로 묶어 생략해 버린다.

의견 교류의 완곡한 과정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 전진만이 난무할 뿐이다. 인터넷에서의 표현은 무료 시식코너가 준비되어 있으니 굳이 배가 고프지 않거나 구미가 당기지 않더라도 한번 먹어보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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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뇌소녀
category : 네트
TAG : 소통, 인터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