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ine

2007/04/21 13:06

그 친구의 블로그를 만나게 된 건 우연이었다. 웹서핑 중에 만난 어쩐지 낯익은 아이디였고, 무심결에 클릭한 순간 블로그로 넘어가게 되었다. 몇 줄 글을 읽다가 알게 되었다. 하이텔 시절에 알았던 그 녀석이구나.. 네트웍 세상이 참 좁기도 하다. 이렇게 만나게 되기도 하는구나. 어렸을 때 보았던 그 친구의 말랑말랑한 감수성은 이만큼 시간이 지나는 동안 나름대로 숙성되어 있었지만, 예전의 그 성격도 어디선가 흔적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내비치고 있었다. 블로그에 들린 손님들에게 상냥하게 댓글을 달아주는 모습을 보면서, 그냥 여러가지 생각이 났다.

내가 하이텔이라는 곳에 막 입문하게 되었을 때는, 인터넷이라는 말은 생소했고 PC통신이라는 말을 쓰고 있었을 때였지만,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중이었다. 정모라던가 번개라던가 하는 것들, 지금은 상용어가 되었지만 그때는 알아듣는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러니까 통신을 기반으로 한 가상의 공간에서 성별, 나이, 직업 같은 것들이 완전히 가려진 상태로 누군가를 알기 시작하는 그런 상황이 소수만의 문화일 때였다. 나는 그 특이한 상황이 주는 특별한 느낌에 빠져들었다. 내가 가입했던 동호회 분위기가 유독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 곳에서는 웬만큼 알게 되기 전에는 굳이 언니/오빠//누나 라는 호칭도 사용하지 않고 꼬박꼬박 ID '님'을 붙이는 게 보편적이었다. PC통신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소수'라는 우월의식도 좀 있었던 것 같긴 하지만, 어쨌거나 상당히 특이한 감수성의 소유자들도 많았다. 파란 화면 위의 하얀 글자, 자신이 직접 작성한 글만이 유일한 표현 수단이었고, 글 하나 하나가 다 자기만의 멋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가 쓴 글을 읽는다는 건 재밌는 일이다. 그저 재밌다고만 하는 건 좀 경박해보이기도 하지만. 글을 보고 그 사람에 대해서 알게되고, 채팅을 통해서 포커스를 좁힌다. 그리고 실제로 만나본다. 이런 순서로 누군가를 알아가게 되는 것은, 일상에서는 좀처럼 하기 힘든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이 여러번 반복되면서 서로 주고받는 피드백이 생기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거리감이 좁혀지는 것, 그 과정에서 온라인의 글이나 말이 미묘하게 변화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나는 그런 일이 별로 낯설지 않다. 오히려 그 편이 온라인의 인간관계에 훨씬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싸이월드처럼 철저히 현실에 기반한 관계는 온라인답지 않다. 일상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자질구레한 문제들까지 온라인에 마련된 공간 안으로 끌어 들이는 건 전혀 내 취향이 아니다. 싸이월드에 일촌이 생기고, 다시 일촌에도 그룹이 생겨서 그룹별로 접근 권한을 달리 부여할 수 있게 하는 걸 보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일로 스트레스를 받고 열심히 건의를 했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가...

온라인의 먼지는, 그냥 온라인의 먼지일 뿐이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by 전뇌소녀
category : 생각
TAG :

Search Results for '온라인'

1 POSTS

  1. 2007/04/21 Online (1)